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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감상평 : 고고학은 '유물'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그 유물을 통해 본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여행이란 제목이 붙은 책은 한 번 더 눈이 간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은 아주 잘 읽히는 고고학 입문서이다. 고고학에 대해 알아 가는 고고학에 대한 여행도 하면서,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여행하는 느낌도 들게 하는, 중의적인 의미에서 '고고학 여행'서이다.

고고학에 대해 본인이 실제 발굴에 참여한 이야기도 있고, 고고학 주변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내용도 곳곳에 삽화처럼 들어 있다. 전문가적 내용과 읽는 재미를 주는 이런 수준 높은 책이 점점 많아져서, 독자들은 행복하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에서 소개된 국내 여행지도 테마 여행으로 묶으면, 그 역시 각 도시에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를 추가해 줄 것이다. 이번 독서를 통해 고고학의 여러 상식도 배워볼 수 있겠다. 그리고, 고고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 고고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희노애락의 정서가 잘 드러나 저자에 대한 친근함도 느끼게 되어 마치 눈 앞에서 재미있는 강연을 들은 느낌이 든다.

책의 구성도 훌륭하다. 사적을 중심으로 쓰거나,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면 수필처럼 쉽게 써질 것 같은데, 어려운 길을 택했다. 어느 챕터는 '색'을 테마로, 어느 챕터는 '향'을 테마로 엮으면서, 경험과 지식을 종횡무진 엮어 내었다. 글의 매력은 결국 문장의 매력도 한몫 하지만, 구성 그 자체의 매력임을 다시 느끼게 한다. 그 다음은 어떤 경험을 녹여낼지 아니면 어떤 역사적 사실을 엮어 낼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거기서 의외성이 생겨난다.

저자의 학자로써의 겸손한 자세 역시 행간에서 잘 읽힌다. 단군 신화에 나오는 '마늘'과 그가 즐겨 먹던 곰마늘(체렘샤)과의 연관성을 지적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특이한 이력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과학원에서의 유학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귀한 개인적 경험에 그의 상상력을 덧붙였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렇게 단군 신화 해석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적으면서 그리 무게 잡지 않는다. 아니 너무 스쳐 지나가듯 이야기한다. '향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슬쩍 집어 넣었다. 사람의 향기는 이런 데서 만들어진다. (다시 읽어 보니 이 부분은 저자의 발견이 아니라 논문을 참조한 것이다. 저자와의 연관은 체렘샤에 대한 추억 정도이다. 아쉽다. 그의 발견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책의 앞편에 보이는 '책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들"의 연표와 뒷편에 보이는 '책에 등장하는 유적지들1,2" 지도들이다. 이 책이 커버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찍어주는 완결성에 박수를 보낸다. 마치 그만의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달력과 지도만 있으면 시간과 공간은 조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 개인의 삶이든, 인류의 삶이든. 이 책은 그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고고학에 대해 알게 되면 박물관에서의 시간도 더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유물을 발견한 고고학자의 노력이, 무용담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강인욱 저 -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한줄의 지혜

  •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마늘의 의미... 알싸한 곰마늘의 향을 느낄 수 있다. (P139) 
  • 세계 고고학 자료의 절반 이상은 무덤과 관련되어 있다.(P.31)
  •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종이처럼 불이 잘 붙는다. (P.53)
  • 과거의 예술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박물관'이다. 원래 박물관을 뜻하는 'museum'은 음악의 여신 'Muse'를 모시는 신전의 의미에서 유래했다. (P.95)

■ 고고학 여행 (국내 유적지)

  • 나무로 만든 관 중에 통나무관이 있다. 한국에서는 약 2000년 전에 창원 다호리 지역에서 살았던 변한 사람들이 썼다.(P.35)
  • 가야금이 발견된 유적은 광주광역시 신창동 유적이다. 동양을 대표하는 발현악기는 금의 일종인 가야금이다. (P.106)
  • 내가 패총 발굴을 처음 경험한 곳은 1990년대 초, 꼬막으로 유명한 (보성군) 벌교 근처였다. (P.162)
  • 부산 동래의 동래시장 근처의 패총 : 예전에는 해안 근처였다는 의미 (P.163)
  • 김해 시내 봉황대 패총 : 예전에는 해안 근처였다는 의미 (P.163)
  • 경산시 임당동 고북유적에서도 상어뼈가 출토되었다 (P.172) : 신라인과 가야인이 사랑한 상어고기
  • 춘천시 한가운데에 있는 중도 레고랜드 건설장이다. 레고랜드 부지에서는 비파형동검이 발견되었다. (P.194)
  • 2011년에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된 옻칠을 한 갑옷이다. (P.232,233) ...전설로만 전해지전 백제의 갑옷인 '명광개'가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 1992년에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서 16세기 말의 별황자총통이라는 대포를 건져 올린 일이 있었다. (P.261) >국보 274호가 영구 결번이 된 경우
  • 고령의 대가야고분에서 금관가야의 탄생설화인 구지가를 증명하는 진흙으로 만든 방울이 나왔다고 하여 사람들의 주목을 끈 적이 있다. (P.264)
  • 1991년 1월, 파주 서곡리에 있는 조선 개국공신 한상질의 묘가 도굴되었다. ... 무덤의 관리권을 청주 한씨에서 안동 권씨의 관할로 최종 판결했다. (P.274)>주인이 바뀐 무덤
  • 1921년, 경주의 파괴된 고분 근처에서 아이들이 구슬을 가지고 놀던 것이 알려지면서 한 고분이 조사되었다. 일본인들은 여기에서 화려한 신라의 금관을 최초로 발견한 것을 기념하여 이 고분을 '금관총'이라고 명명했다. (P.295)
  • 2019년 3월 따사한 봄바람이 부는 경주를 갔다. 일제 강점기에 발굴된 또 다른 신라의 황금 고분인 금령총의 재발굴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P.302)

 


■ 국내 박물관 여행

  • 국립중앙박물관 : 카자흐스탄 황금문화전 (P.120)
  •  

■ 책에 주석을 달며

  • (1) (P.102) 2018년 <브리티시 갓 탤런트>라는 프로그램에 시베리아 출신의 올레타 울타이가 손바닥보다 작은 악기를 들고 등장했다. ... 러시아에서 바르간이라고 불리는 악기이다. Britain's Got Talent 2018 Olena Uutai Full Audition S12E05,
올레나 울타이는 고대 샤먼이 어떻게 일반인들을 압도했는지 힌트를 준다.
  • (2) 1억 총옥쇄 (一億총玉砕) : 1억 명의 사람들이 옥처럼 부숴진다는 뜻으로, 태평양전쟁 말기에 제기되었던 선동 문구로 조선과 일본, 만주의 인구를 모두 합한 1억의 인구가 천황을 위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자는 결의의 표현이다. 
  • (3) 돔베기와 돔베고기는 다르다. 돔베기는 경상도에서 말하는 상어고, 돔베고기는 제주도에서 말하는 돼지고기다. 제주도 말로 돔베는 '도마'로 도마에 썰어 놓은 돼지고기를 의미한다.
  • (4) 남양 : 지금도 '남양석재', '남양읍 채석단지' 등 채석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다. 자연 특산물의 역사는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 책 속의 상식 퀴즈

※ 퀴즈렛(Quizlet)이라는 퀴즈앱을 이용하여 퇴색하는 기억을 붙잡아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래 퀴즈 문항들이 수록된 Quizlet 링크가 필요하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퀴즈북을 만들면 더 재미있습니다. 책 파도 타기를 하기 전에 이 퀴즈를 공유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 돔베기라 불리는 상어고기는 경상북도 일대의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될 음식이다.(P172)
  •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지만, 진해거담의 효과가 좋아서 전통적으로 감기약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P.76)
  • 시베리아의 웅대한 자연의 소리를 내는 바르간이란 악기는 한국에서 입으로 부는 하프라는 뜻으로 구금이라고 부른다. (P103)
  • 체램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늘의 시원적 형태이다. (P.138)
  • 사카는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에서 3000~2000년 전에 살던 유목민족을 통칭한다. (P.120)
  • 내몽골의 수도 후어하오터는 몽골어 호허호트, 즉 푸른 도시라는 뜻이다. (P.121)
  • 개토제란 무덤 안의 사람과 땅의 신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하여 발굴 시작 전에 지내는 의식을 말한다. (P.269)
  • 에델바이스는 알프스의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꽃이다. (P141)
  • 식물마다 규소체의 형태가 서로 다르고 세월이 지나도 미세하게 남아 있으므로, 그릇에 남아 있는 규소체를 통해 무엇이 담겨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P.58)
  • 러시아 사람들이 주로 먹는 음식 중에 살로라는 것이 있다. 살로는 돼지의 비계 부분을 소금에 염장해서 얇게 잘라먹는 음식이다. (P.156)
  • 시베리아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모기라는 걸 안다.(P.133)
  • 에벤키족은 시베리아와 만주 일대에서 사슴을 치는 원주민이다. (P.152)
  • 동방에서는 종기가 많아서 폄석이라고 하는 날카로운 돌로 그 종기를 째고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P.180)